가을엔 유독, 그러니까

가을엔 유독 먹을 음식이 넘쳐난다. 추석 명절엔 기름진 전부터 명절이 끝나고 나면 묵직하게 끓여낸 잡탕 전골이 구미를 자극한다. 게다가 가을을 탄다는 핑계로 책상 서랍 깊숙이 놓여진 초코 바에도 자꾸만 손이 간다. 덕분에 늘어진 뱃살을 잡고 3초쯤 먹을까 말까를 고민하지만 결국 먹는 쪽을 택한다. 이왕 먹을 거라면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건 당연한 일. 늘어난 뱃살 고민 없이 먹을 만큼 맛 좋은 메뉴를 추천한다. 

 

연희동 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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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사러가 쇼핑몰 근처 골목 깊숙이 숨어있는 네코는 세련된 커트머리의 제일 교포3세 사장이 운영하는 교자와 맥주를 전문으로 파는 가게다. 가게로 향하는 골목에 들어서면 내부가 훤하게 보이는 통 유리창과 분홍색으로 빛나는 고양이 모양의 네온사인이 우선 눈에 띈다. 언뜻 보면 가구 디자이너의 작업장 같이 보이기도 한다. 가게 내부로 들어서면 반질반질한 나무 소재의 커다란 바가 세로로 길게 놓여 져있고, 바 건너편 정갈한 주방에는 앞서 언급한 사장이 특유의 부담스럽지 않은 친절함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네코에서 가을에 추천할 만한 메뉴는 교자이다. 직접 갈은 담백한 돼지고기 고명을 얇은 만두 피에 싸서 튀겨낸 교자와 끓인 물교자가 맛있다. 기본에 충실한 맛이지만 한번 먹고 나면 입맛을 다시며 계속 생각난다.

교자 레시피의 비법을 사장에게 물으니 생강을 좋아해서 돼지고기 고명에 생강을 많이 넣을 뿐, 특별한 비법 같은 것은 없다며 수줍게 웃었다. 네코에서 특별히 교자와 맥주만을 파는 이유도 꽤 단순했다. “저는 일본에서 교자와 맥주를 함께 먹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아직도 제일 맛있고요.” 생강이 들어간 네코의 교자는 부드럽지만 담백하고, 담백하지만 포만감이 느껴지는 메뉴다. 교자가 물릴 쯤엔 사이드 메뉴로 니타마고와 야코두부를 주문하는 것이 좋다. 니타마고는 일본식 달걀 장조림이라고 생각하면 어떤 맛인지 이해하기 쉬운데, 고소하게 부풀어 살아있는 달걀 노른자와 간장의 조화가 훌륭하다. 야코 두부는 연두부 위에 멘츠유(일본 간장)를 뿌리고 가쓰오부시와 잘게 다진 생강, 파 그리고 고춧가루가 올라간 메뉴다. 부드러운 연두부의 식감과 가쓰오부시의 감칠맛이 조화롭다. 음료로는 하이볼과 맥주를 반드시 한 잔씩 마셔야 한다. 제주도의 맥파이 양조장에서 공수해온 밀맥주와 흑맥주는 맥주 맛에 민감한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할 만큼 맛있다.

[주소]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동 188-71

[전화] 02-548-0283

[영업] 매일 17:00~25:00

[Tip] 네코는 영업 시간과 날짜가 유동적인 편이다. 네코를 방문할 예정이라면 인스타그램 @nekoyeonhui를 참고 할 것.

 

도산공원 그랑씨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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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식당 특유의 깍쟁이 같은 분위기와 달리 그랑씨엘은 투박하고 소담한 분위기를 가졌다. 낮에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환한 채광과 트인 주방이 우선 시선을 끄는데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기분이 든다. 외할머니가 세련된 이태리 사람이었다면 이런 곳에서 내게 식사를 대접해주지 않았을까 싶다가도 만난 지 얼마 안된 애인과 이곳에서 데이트를 즐겨도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테이블에 앉아 낭창낭창한 목소리의 부사장에게 가을에 먹을 만한 산뜻한 음식을 추천해달라고 부탁 드렸더니 시그니쳐 메뉴인 앤쵸비 오일 파스타와 가을에 제철인 버섯 크림 리조또를 소개했다.

그랑씨엘에서는 거의 모든 메뉴들이 대체적으로 큰 접시에 신선한 재료를 아끼지 않고 듬뿍 넣은 파스타와 리조또가 수북히 담겨 나오는데, 얼른 수저와 포크를 들고 전투적으로 식사하고 싶을 만한 플레이팅을 자랑한다. 우선 앤쵸비 오일파스타는 그랑씨엘을 처음 방문했다면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 올리브 오일에 엔쵸비와 마늘을 함께 볶아 향을 내고 그랑씨엘만의 비법으로 만든 육수를 넣어 감칠맛을 낸다. 오일 파스타지만 전혀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깔끔하다. 게다가 엔쵸비는 비린 내 없이 고소하고 짭짤한 향과 맛을 낸다. 입맛을 한번 다시고 버섯 크림 리조또 얘기를 시작하자면, 식감에 대한 소개부터 해야 한다. 백미와 보리 쌀 두 종류에 양송이와 새송이 그리고 표고 버섯 세 종류를 큼직하게 썰어 먹기 좋게 들어간 리조또 한 수저 한 수저의 식감에 재미를 주는 요소다. 고소하고 희미한 단맛이 도는 크림 소스 역시 전혀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맛을 낸다. 가게 분위기만큼 플레이팅 역시 투박하다.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650-22 1층

[전화] 02-548-0283

[영업] 매일 11:00~23:00

[Tip] 방문 전 예약 전화를 하면 웨이팅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이태원 왕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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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왕타이는 건물 2층으로 이동하면 비로소 입구가 보인다. 왕타이는 주말 식사 시간이면 기본 30분에서 1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성질 급한 서울사람들이 그 시간을 감내하며 기다리는 데에는 모두 이유가 있는 법. 기본에 충실한 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태국 음식 특유의 향을 싫어하는 사람도 왕타이의 요리를 맛보면 딱히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 정도라면 태국음식도 먹을 만 한데 라는 평을 내린다. 가게 홀로 들어서면 넓직한 분위기가 쾌적한 느낌을 준다. 베이지 톤의 차분한 실내는 기분 좋게 메뉴를 둘러볼 수 있게 도와준다.

왕타이에 들렀다면 세계 3대 수프라 불리 우는 똠얌꿍을 맛봐야 한다. 새콤한 라임과 각종 향신료의 향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향긋하게 나는데 똠얌꿈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들도 쉽게 도전할 수 있을 만한 맛이다. 매콤하고 시큼한 국물에서 은근한 감칠 맛이 느껴지는데 시큼하고 시원하게 끓인 김치 찌개가 떠오르기도 한다.

팥타이꿍 역시 똠얌꿈과 함께 추천하는 메뉴다. 팥타이꿍이라는 이름이 생소해 어떤 메뉸지 가늠하기 어렵다면 새우 쌀국수 볶음이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통통한 새우가 잔뜩 들어간 팥타이꿍은 향긋한 향신료 향과 감칠맛이 동시에 느껴진다. 숙주 덕분에 아삭한 식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두부와 땅콩가루 덕분에 고소한 맛이 배가 된다. 게다가 쌀국수의 담백한 맛이 각종 향을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달콤한 디저트 음료도 마셔보길 추천한다. 타이 아이스커피는 묘하게 보리 향과 커피 향이 어우러져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나는데 친절한 미소의 지배인에게 음료에서 나는 보리향이 좋다고 얘기했더니 보리는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달콤하게 입가심하기에 적합하다.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176-2 영화빌딩 3층

[전화] 02-749-2746

[영업] 평일 11:30~22:00 월요일 휴무. 주말 11:30~22:00

[Tip] 주말에는 웨이팅이 긴 편. 여유롭게 왕타이에서 요리를 음미하고 싶다면 평일 시간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CREDIT


Editor 마정일

photo 박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