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뚱뒤뚱 광주 양림동 펭귄마을

펭귄마을

2016년, 2013년, 1994년, 1988년… 펭귄마을에 발을 내디딘 순간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점점 더 과거로 되돌아가는 듯한 기분이다. 이곳에선 타임머신도 필요 없다. 재미난 사진을 찍기 위한 카메라와 햇빛을 가릴 모자만 있으면 준비 끝. 어른들을 위한 추억 놀이터, 광주 양림동 펭귄마을로 떠나보자. 양림 커뮤니티센터 옆 골목길은 1970~80년대의 시간으로 이어지는 비밀 통로다.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울 만큼 작고 좁다. 골목길 입구, 가스통을 재활용해 만든 펭귄을 발견한 순간부터 펭귄마을표 웃음 넘치는 추억 여행이 시작된다. 마을 이름이 왜 ‘펭귄마을’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곳은 독거노인을 비롯해 주민 연령층이 높은 이 마을의 특징을 이름에 담고 있다.

나이 든 어르신들의 걷는 모습이 뒤뚱거리는 펭귄을 닮아 별칭처럼 부르던 것이 아예 마을을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 적막한 마을분위기를 좀 더 즐겁고 활력 있게 만들어보려는 애정 어린 별칭인셈이다. 별칭과 더불어 펭귄마을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꾸며지기 시작한 건 약 3년 전부터. 이 마을의 촌장을 자처하는 김동균 씨가 동네 빈집에 쓰레기처럼 쌓여 있던 오래된 물건과 온갖잡동사니들을 가지고 취미 삼아 이곳저곳 꾸미고 장식하던 것에서 시작됐다. 그사이 주민들이 자신이 갖고 있던 옛 물건들을 내놓고 합심해 마을을 가꾸면서 이곳 낡은 물건들은 추억의 시간 여행을 한 훌륭한 원동력이 되었다. 모두 실생활에서 쓰이던 것이라 그런지 왠지 더 정감이 간다. 아마도 것이 펭귄마을만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평범하기 그지없던 마을이 ‘발상의 전환’으로 인해 요즘 핫 플레이스로 손꼽히는 타임머신 여행지로 재 탄생된 것. 펭귄 마을로 한 걸음 떼자마자 나타난 낡고 허름한 담벼락 풍경이 시간을 10여 년 전으로 옮겨 놓는다. 오래되어 거무죽죽한 얼룩이 진 콘크리트 담장엔 검은색 스프레이를 뿌려 적은 옛 시절 이삿짐센터 광고와 마을 지도, 색색의 분필로 쓴 온갖 낙서들이 가득하다. 몇 발자국 더 떼어놓고 나면 아예 멈춰 서서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부엌에나 있어야 할 양은 냄비며 프라이팬, 소쿠리들이 일광욕이라도 즐기듯 담벼락에 딱 달라붙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재미난 담벼락 전시를 지나면 본격적인 마을 탐방이 시작된다. 작은 꽃들과 나무들을 가꿔놓은 아담한 마을 정원은 이곳 주민들의 휴식처인 동시에 여행자들에게는 멋진 포토존이 되어준다. 물론 평범한 모습의 정원이 아니다. 나무 열매 대신 기타와 미러볼이 걸려 있고 꽃밭 사이엔 곡식을 켜던 키가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펭귄마을은 매달 둘째, 넷째 주 토요일이면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아침 11시부터 직접 만든 수제품들과 간식 거리, 간단한 헤나 체험 등이 마련된 골목길 플리마켓이 열리기 때문이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마을 주민들이 손수 꾸려가는 덕분에 분위기가 어느 곳보다 정겹고 따뜻하다. 어릴 적 혼자만 불겠다고 동생과 티격태격하던 추억의 비눗방울 놀이도 즐겁고, 침을 살살 묻혀가며 모양을 만들어가던 달고나 뽑기도 새롭다. 펭귄마을에서의 추억을 담은 기념품도 하나쯤 집어보는 것도 좋다. 뉘엿뉘엿 저무는 햇살과 함께 인생의 나이테에 소중한 시간이 하나 또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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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유정

Photographer 정은주 여행작가

Cooperation 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