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 한복 디자이너

IMG_6323한복에 대한 인식이 최근 바뀌면서 명절 뿐만 아니라 경복궁, 삼청동, 인사동에서 한복을 입은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외국에서도 우리나라의 전통 옷인 한복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한복의 멋이 널리 알려지고 있다. 기품 넘치고 우아한 한복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데에는 한복 디자이너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특히 이선영 디자이너는 한복에 자연, 이야기, 문화를 입혀 한복의 아름다움에 더 빠지게 만든다. 올해로 한복 디자이너로 일한지 27년째인 이선영 디자이너는 막연한 아름다움보다 눈에 보이고 이야기로 소통하는 대중에게 사랑 받는 한복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전통 옷에 날개를 달아주는 한복 맞춤의 대가 이선영 디자이너를 만났다.

Editor 이유정

Photo 박유나

장소 이선영 한복 강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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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취업과 진학을 두고 고민과 갈등을 많이 했다. 부모님께서는 공부를 더 하기를 원하셨고 나는 한복 현장에 바로 뛰어들고 싶었다. 지금은 두 분 모두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집을 나가라고 하실 정도였으니 반대가 정말 심했다. 또 아버지는 경상도 분이셔서 자식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엄하시고 고집도 세셨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나의 한복을 하고 싶은 진심이 다긴 열정을 보셨는지 마침내 허락을 해주셨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응원도 참 많이 해주셨다. 한복으로 취업을 바로 했어도 지금까지 내 스스로에게 ‘학교공부는 뜻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겸할 수 있다. 그러니 배움을 게을리 하지 말자’는 이 말을 수없이 되뇌며 그 약속을 지키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한복 디자이너로 일한지 얼마나 됐나?

89년 12월에 시작했으니, 벌써 27년이나 됐네. 한복 수놓는 일부터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퇴근 후에 한복에 관한 그림 그리기, 도안, 조각보, 규방 공예, 염색 등 하나씩 천천히 배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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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을 한복 디자이너로 일했지만 한복에 관해 더 하고 싶은 것이 있나.

프랑스 자수, 울 자수, 리본공예, 비즈 자수 등 한복에 다양하게 접목해보고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요즘에 일주일에 2번 부산으로 내려가 한복과 양장 바느질까지 모두 하시는 선생님께 개인지도를 받고 있다. 또 일주일에 1번은 문화재 선생님께 수업을 듣고 있다.

 

원장님도 27년이나 한복을 해서 배울 부분이 있을까 싶다. 부산까지 내려가서 직접 배운다는 것이 놀랍다.

나보다 더 뛰어나신 선생님들이 많다. 한복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자 스스로 게을리하지 않기 위해 직접 몸으로 뛰어다니며 선생님들을 찾아가 바느질을 배우는 것이다.

 

한복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무엇인가. 또는 원장님에게 한복이란?

한복은 예의를 갖추게 만드는 우아함이라고 생각한다. 말괄량이 아가씨들도 한복을 입으면 자신도 모르게 조신해지고 함부로 행동하면 안될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한다. 나 또한 모델들에게 “지금의 사진 한 장이 후세에 영원히 간직되는 자료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한복을 입었을 때 한복의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 고 꾸준히 말한다. 나에게 한복은 꿈이자 숙제다. 대한민국의 한복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외국인들도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하는 꿈을 꾸게 하는 존재이자 매일 한복과 함께 하는 삶이지만 늘 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해도 해도 정답이 없는 숙제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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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디자이너로 살며 즐거웠던 일들을 떠올린다면?

고객 한분 한분을 위해 작품을 만들고 고민하고 직접 작업하면서 완성된 옷이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이쁘게 입혀졌을 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같은 해에 세 따님의 혼사를 모두 맡겨주신 고객이다. 내가 한 작품을 위해 고민했던 시간과 노력이 그 분들에게 신뢰가 갔구나 하며 뿌듯했다. 그래서 그 분들이 아기를 낳아도 또 나를 찾을 수 있도록 계속 변화하고 발전할 것이다.

 

반대로 한복을 디자인하며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27살 때부터 10년이 넘게 국악인 김영임 선생님 의상을 디자인하면서 제작하고 자수를 놓아가며 야간작업도 많이 했다. 내가 좋아하던 일을 하니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을 해도 몸이 힘들다 보니 그 만큼 힘들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지금도 디자인, 자수, 그림, 패턴, 원단 구입에서 바느질까지 모든 것을 직접하다보니 힘에 부칠 때가 있지만 20대 때의 그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선생님께서 무대에 서기 전까지 추구하셨던 완벽함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직원을 두고 일하지 않고 지금까지 혼자 하시는 이유가 궁금하다.

요즘 우리 한복은 거의 중국에서 원단생산과 바느질을 한다. 그러다보니 오랜 노하우를 가진 기술진들이 많이 그만두셨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앞으로는 점차적으로 더 심해질 것 같다. 또한 기존의 전통복식을 하시는 분들은 기존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아 디자인이 조금만 바뀌어도 못한다고 말씀하실 때 한복업계에 대한 걱정으로 암담해진다. 그래서 내 스스로 모든걸 다 할 줄 알아겠다라는 시작에서 직접 하나하나 시작한 것이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됐다. 그래서 작년부터 한복, 양장 바느질까지 모두 배우고 있는 이유도 그 중에 하나다. 부모님께서도 예전부터 “일을 할 줄 알아야 시킬 수도 있다”라는 말씀을 누누이 하시기도 했고 몸은 고달파도 배움의 지식이 두터워지는게 느껴지다보니 몸소 실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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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17일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 파크에서 열린 제 24회 샌프란시스코 한국의 날 문화행사에서 원장님의 한복쇼가 무대에 올라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을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미국에서 우리나라 전통 한복을 선보였으니 아무래도 기존의 무대와는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다. 한복 패션쇼를 준비하며 에피소드가 있었나?

따로 마련된 피팅룸이 없어 모델이 판매 부스 안에서 의상을 갈아입어야 했다. 워낙 좁은 공간이다 보니 쇼를 시작하기 전부터 착용된 의상을 입고 바깥을 활보하는 상황이였다. 주변에서 시민들이 구경꾼처럼 어마어마하게 몰려들었고 아이를 입혀주고 싶다는 분, 아니면 본인이 직접 입어보고싶다며 갑자기 불쑥 들어오는 분도 있을 정도였다. 시간은 없고 공간은 비좁지 또 전문 모델들이 아니라 미국에 거주하는 현지 학생들로 이뤄진 일반 모델이였기에 한복 입는 법부터 걷는법까지 알려주느라 굉장히 바빴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 없이 패션쇼를 마치고 무대에 내려오는 순간 한국인 유학생들이 “오늘 패션쇼를 보며 유독 한국인이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게 했다. 미국인 친구들도 부러워할 정도로 좋아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는 순간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다. 그런 말을 학생들에게 직접 들으니 너무 기뻤다. 쇼를 준비하기 전부터 무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한 순간에 없어졌고 내 스스로 다시 한번 자부심을 만들게 해준 무대였다. 오히려 그날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좋아해줬던 학생들에게 내가 더 고마운 마음이 크다.

 

전문 모델이 아닌 현지 학생들을 모델로 세운 이유는?

한복은 어느 누가 입어도 단아하고 우아한 청초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전문 모델들은 패션쇼라는 것 자체가 직업적인 일이지만 평범함 속에서 환한 미소가 주는 싱그러운 아름다움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스러움에서 나온다고 해야하나. 헤어와 화장도 학생들 스스로가 직접 하고 왔다. 더욱이 학생들에게 한복 입는 기회와 함께 한복의 매력을 알려주고 싶었다.

 

5월 28일 대한민국 통일아리랑 한복모델 선발대회에서 오프닝 무대를 선보인다고 들었다. 이번 무대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한복의 미와 더불어 태극기 콜라보를 준비하고 있다. 태극기는 우리나라의 국가를 상징하는 것이지 않나. 태극기의 존업성을 상기 시키고 조화로움을 더해 통일과 동질성 회복에 염원을 담고자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이번 모델 선발대회에 심사위원으로써도 공정한 심사를 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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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한복은 특히 원단의 재질과 고급스러운 색상으로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화학제품이 아닌 천연 염색으로 디자인을 하기로도 유명한데 그 과정이 힘드시진 않은지 또 천연염색으로 한복이 나오는 과정이 궁금하다.

솔직히 많이 힘들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제작은 한 벌씩 밖에 할 수가 없다. 물론 짧은 시간에 많이 만들고자 한다면 저렴한 원단으로 여러 벌 많이 만들면 좋겠지만 내 스스로 만족이 안된다. 좋은 것을 알아보는 사람의 시각은 다 똑같다. 어떻게 보면 욕심일지 모르지만 색감에 질감을 더해 한복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충실하고 싶다.

 

최근 한복 업계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많아졌다. 경쟁이 치열해진만큼 이선영 원장님만이 가지고 있는 다른 한복 점과의 차별성, 즉 특별함이 있다면.

아무래도 오랜 경험과 노하우는 무시할 수가 없다. 상담부터 한복이 완성되는 그 순간까지 직접 참여하면서 한복을 잘 입을 수 있는 방법 등 고객 분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려고 한다. 그렇게 고객 분들과 마주하며 이야기하다 보면 이 사람에게는 어떤 디자인과 색이 어울리는 지가 보인다. 의상의 색은 그 사람이 침묵해도 보이는 시각적 언어이자, 고유한 개성이기 때문이다. 소통은 무대 위에서도 중요하다. 쇼를 위한 옷은 모델과 관객이 서로 소통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야 지루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더욱 한복 안에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한다. 이선영 한복 쇼라고 하면 ‘이야기가 있는 문화쇼’라는 생각이 들면서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설화나 전설 같은 모티브를 차용해 치마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자수를 놓는 다던지. 또한 계절의 꽃이라든가 하는 일상 속 풍경도 예사롭지 않게 보는 편이다. 사실은 나 자신이 한복 디자인을 핑계로 자연을 더욱 더 가까이 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자연 속에는 한복의 모든 것이 다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 생활 한복 입기 열풍이 불고 있는데 전통한복을 하시는 원장님 입장에서 어떻게 보시나?

요즘 대세를 무시 할 수는 없다. 우리의 한복도 변화의 기류에 있는데 젊은 학생들이 한복을 입고 세계 곳곳을 누비는 일, 그 동안 우리가 할 수 없었던 일을 우리 젊은 친구들이 하는 것에 대해서 정말 고마움의 박수를 쳐주고 싶다. 사람들이 현대에 맞춰 좀더 몸매를 돋보이게 하거나 약간의 변형을 가해서라도 입는 것은 전혀 나쁘지 않다고 본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전통이 지켜져야 한다고들 비판하는 분들이 가끔 있는데 아예 외면당한다면 지킬 전통조차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 옷의 요소’들이 있는데 그러한 원칙만 지켜진다면 권장하고 싶다. 퓨전한복 만드는 사람이 전통 한복만 고집하는 사람에 대해 비판할 수도 있고, 전통 한복만 고집하는 사람 역시 퓨전 한복만 만드는 사람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요지는 누가 더 옳은가 틀렸나가 아닌 한복과 디자인이라는 큰 그림 아래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양쪽 모두를 존중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입는 사람이 만족스럽고 보기에 어울린다면 그것이야말로 한복이 나아갈 길, 옳은 선택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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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복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물론이고 한복만이 아닌 여러 분야도 공부하고 관심을 가지라고 알려주고 싶다. 또 현장 실습의 중요성도 함께 깨달았으면 한다. 전문인력이 없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내가 원하는 한복을 디자인 하려면 상상하는 이상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막연한 아름다움보다 눈에 보이는 실체로서의 한복, 이야기로 소통하는 한복으로 대중에게 사랑받는 한복을 만들고 싶다. 한복 디자이너란 ‘본질을 보고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연의 본질, 민족의 본질, 역사의 본질, 선과 색의 본질, 아름다움의 본질 등 이러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근원을 잊지 않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담긴 한복으로 여러분 앞에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 이러한 노력으로 이선영 한복이 글로벌 브랜드가 되는 날, 한복이 세계화 되는 날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