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택근 정장 장인

2K0A1580여기 40년 가까이 맞춤 양복이라는 한 분야에만 몰두한 정장 장인이 있다. 적어도 30 이상 우물을 파야 장인이라는 칭호를 받을 있을 만큼 장인이라 불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신사동에 위치한 사무실로 들어서니 깔끔하게 차려 입은 양복에 행커 치프가 돋보이는 정장 장인 신택근씨가 커피 한잔을 내어준다.  40 정장 외길 인생을 걸어온 신택근씨의 발자취를 따라가보자.

Editor 이유정

Photo 박유나

장소 압구정 칼츠 맞춤 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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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정장 길만 40년 가까이 된다. 언제부터 맞춤 정장을 한 것인가.

내 고향이 충남 부여거든. 첫 직장은 TV, 복사기, 타자기 등 사무기기 팔던 곳이였다. 거기서 잠깐 일하다가 서울로 올라와 맞춤 정장을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이 일만 했다.

 

맞춤 정장이란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워낙 멋내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 우리 어렸을 때는 양복점에서 교복을 맞춰 입었다. 그 때 당시 양복점의 테일러들을 보며 나도 이쪽 일을 꼭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감각적으로 들었다. 또 운이 좋게도 우리 집안에 이런 계통을 하던 분이 있어 그 쪽에 들어가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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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 하나만으로도 패션감각이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젊은 친구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좋네. 요즘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우리 나이에는 배 나온 것이 특히 신경 쓰이고 잘 빠지지도 않다 보니 고통스럽지 않나.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양복점을 운영하는 나부터가 스타일과 핏이 살아야 고객들도 나를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력하고 있다. 확실히 살이 빠지니 전보다 패션에 더 신경 쓰게된다.

 

평소 어떤 스타일의 옷을 주로 입는 편인가.

일단 유행을 좇기 보다 가장 클래식하고 베이직 한 것에 중점 둔다. 거기에 여름엔 옐로우 베스트나 블루 재킷으로 전체 색상의 한가지 포인트 색상을 넣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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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정장을 40년 가까이 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을텐데. 특히 IMF이후 맞춤정장 업체가 거의 보기 힘들 정도로 많이 사라졌다.

IMF뿐만 아니라 4,5년 전에도 힘든 시기가 있었다. 주식 그래피처럼 인생도 마찬가지 아닌가. 경기적인 흐름도 크지만 개인적인 일이나 컨디션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투자를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 해는 힘든 시기가 되는 것이고. 유독 IMF때가 정말 힘들긴 했다. 보험료도 그동안 낸 것에 반밖에 못 받아도 해약하고, 장롱 속에 넣어두었던 금반지, 귀한 것들도 다 팔기도 하는 등 그래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청바지가 유행하던 때라 청바지와 티셔츠를 파는 캐쥬얼 매장으로 바꿔보기도 하고 이것 저것 해볼 수 있는 것은 다해봤지만 스트레스와 일에 대한 권태가 함께 오더라. 차라리 잠시 일을 쉬고 마음을 차분히 해야겠다고 생각해 1년여 정도 쉬었다가 다시 정장 전문점을 시작했다.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니까 포기가 안되는 것이지. 한 사람을 위한 양복을 만들 때, 내가 만든옷을 입고 좋아하는 고객들을 볼 때 행복하니까 다시 할 수 밖에 없더라. 다른 것을 또 시도하는 것 보다 내가 계속 해오던 일을 다시 하는 것이 쉽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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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장 속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배려다. 그 동안 고객, 공장, 브랜드 등 주변 사람들과 배려하면서 쌓아왔던 것이 내가 힘들 때 그대로 돌아왔다. 내가 어려워서 예전과 같은 금액에 일을 못하더라도 이해해주고 주변에서 참 많이 도와줬다. 지금도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곳은 도와주려하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배려가 참 중요하다.

 

칼츠를 운영하면서 대표님 가지고 계신 운영철학이 있다면?

철학이라 하면 거창할 것 같지만 진심으로 손님을 대하는 것이다. 가끔 원단을 속이거나가격을올려받으며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다. 양심적으로 일하는 것이 첫번째, 그 다음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다. 한 사람을 위한 양복 맞춤점 아닌가. 고객 한 사람 몸에 맞춰야 한다. 어깨가 굽은 사람, 팔이 짝짝이거나 몸이 뒤틀린 사람이 있다. 이런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며 최선을 다해야한다. 아까도 이야기 했다시피 내 몸 관리도 그래서 더 처절히 하는 것이다. 나도 일하면서 실수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진심으로 대하면 다 통하게 돼있다.

 

고객의 반응이 좋으면 그보다 행복한 순간이 없다 같다.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다면

너무 많다. 외국에 살고 있지만 한국에 들릴 때마다 꼭 우리 집에 와서 정장 한 벌씩 맞추는 고객이 있다. 그 분이 또 외국에서 소개시켜줘 덕분에 해외에서 찾아오는 분들도 많다. 또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의상을 다 맞췄기 때문에 이동욱, 강동원, 장동건 등 연예인들도 많이 다녀갔다. 예전에 윤일봉씨도 우리 집에서 양복을 많이 맞췄다. 지금은 옷을 맞추진 않더라도 한달에 한 두 번은 식사도 같이 할 정도로 꾸준히 연락하고 지낸다. 또 농구 선수들은 워낙 키가 크다 보니 내가 의자에 올라가서 사이즈 체킹을 하기도 하고 그런 에피소드도 있다. 아, 얼마전 일인데 아나운서 준비하는 친구가 와서 면접 볼 의상을 맞췄던 적이 있었다. KBS 아나운서에 합격하고 부모님이랑 같이 와서 감사하다며 인사하러 왔다. 그럴 때마다 오히려 내가 고맙고 뿌듯하고 그런 고객들이 있다 보니 어려운 일이 닥쳐도 이 일을 놓을 수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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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정장 길만 40년이지만 그래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 일을 오래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한가지 더 바란다면 내 일을 물려 받을 수 있는 제자가 있었으면 한다. 우리 자식들은 거의 관심이 없어서 대를 잇긴 힘들다. 그렇다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으라고 강요하기는 싫다. 그래도 지금까지 40년 가까이 해오던 일인데 나로서 이 양복점을 끝내기는 아쉽다. 만약 이 일을 하고 싶은 친구가 나타난다면 적극적으로 내 노하우를 전수해서 이 사업체를 물려주고 싶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공장을 갔는데 깔끔하게 생긴 젊은 친구가 양복 재단하는 것을 배우러 왔더라. 요즘엔 그런 친구들을 보기 힘들다. 공장에서 제일 젊은 사람이 50대 후반이니까. 이러다 맥이 끊길지도 모르는거지. 나중에 어디서 어떻게 옷을 해입을지도 문제다. 그래서 그 친구를 보니 기특하고 우리 입장에선 고마운거지. 그렇지 않아도 그 친구 밥사줘야지 생각했는데 생각난 김에 오늘 공장에 가야겠다.

 

맞춤 정장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하다.

빠르면 일주일 보통 10일 정도면 나온다. 그런데 정말 가끔은 2, 3일만에 해야할 때가 있다. 작년 연말 시상식 때 엑소 의상을 제작한 적이 있는데 워낙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친구들 아닌가. 바쁜 스케줄로 인해 의상이 최대한 빨리 나왔어야했다. 그 때는 3일만에 만들기도 했지.

 

정말 대단하다.

능력이지 능력. 40년 연륜이 괜히 있겠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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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정장에 이제 입문하려는 분들에게 조언이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디면?

물론 다 그렇진 않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은 쉽고 빨리 배우려 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뒤집기부터 시작해서 기어다니고 잡고 일어서서 걷는 이런 과정이 있는데 이제 뒤집기 해야할 아이가 뛰려고 하는거지. 급하게 마음 먹지말고 천천히 배워가려는 마음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게 경력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레 고객을 보는 안목도 생기고 나중에 위기가 찾아와도 극복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긴다.